벽에 부딪혔나… 포털 3社 부진한 성적표

네이트·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올 1분기에 매출 527억원에 영업손실 94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11.8% 줄었고, 영업이익은 5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3위 포털인 SK컴즈는 작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과 영업활동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간판 서비스인 싸이월드는 월간 방문자가 지난해 12월 1800여만명에서 올 2월 1600만명대로, 200만명이 줄었다.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던 인터넷 포털 3사의 1분기 실적이 일제히 악화됐다. 업체들은 "신규사업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0여년간 내수 시장에 안주하면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던 포털들이 이제 성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포털 2위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도 실적이 좋지 않다. 1분기 매출액(1101억원)은 작년보다 1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3% 감소한 270억원에 그쳤다. 온라인 검색광고 매출이 줄고 영업비용은 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매출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인수한 게임업체 온네트의 실적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1분기 매출(5716억원)은 작년 1분기보다 1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1618억원을 기록했다.

포털 실적이 나빠진 첫째 원인은 내수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에 지나치게 안주해왔다는 점이 꼽힌다. NHN은 1분기 매출 중 83%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만큼, 포털들의 시야는 국내에 치중해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포털의 성장 여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뒤늦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둘째는 포털이 창업 초기와 달리 최근 들어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포털은 검색·이메일·카페·블로그 등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가격비교·부동산중개·온라인쇼핑 등에 뒤늦게 뛰어들어 선발업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신규 서비스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해외 업체에 밀려 시장을 통째로 내줄 위기에 처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컴퓨터공학)는 "포털이 소프트웨어 벤처업체들과 상생(相生)하면서 국제적으로 통할 혁신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면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셋째, 포털이 모바일 사업에서 고전 중인 것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유선 인터넷 사용시간이 점점 줄고 모바일 이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스마트폰으로 주로 이용한다. 포털은 뒤늦게 '라인'(NHN)이나 '마이피플'(다음) 등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았다. NHN은 모바일 분야 투자가 작년 1분기보다 120억원 늘었다. 하지만 투자비용만큼 수익은 늘지 않고 있다. NHN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모바일 광고의 미래는 아직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포털업체의 부진이 일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삼성증권 박재석 이사는 "포털업체의 성장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포털은 여전히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런던올림픽과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있기 때문에 실적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